(10.17) 10월 책익는 마을 설국을 읽다.

운영자
2025-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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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雪國)

가와바타 야스나리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차가운 눈 기운이 흘러 들어왔다”

“하얀 눈 빛은 거기까지 채 닿기도 전에 어둠에 삼켜지고 있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일본의 눈 덮인 니카타 지방의 아름다운 정경을 묘사하는 서정성 뛰어난 감각적인 문체로 문학적인 표현의 백미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인간 행위의 유한함을 자연의 무한함에 비교하려고 했던 저자의 의도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며, 인물의 사소한 표정의 변화와 말투, 몸 동작 하나 하나에 숨어있는 감정의 흐름, 주변의 사물과 자연이 드러내는 계절의 추이가 섬세하게 그려졌다.


이 작품의 특징은 인물과 배경 묘사가 치밀한 데 반해 그 안의 두드러진 주제가 없다는 것이며, 유한함에 따른 열정과 모든 것이 헛수고라는 허무로 더 깊이 전해지는 순수함에 대한 사유(思惟)라고 볼 수 있다.


간략한 내용을 살펴본다면, 눈의 고장인 니카타 현(지방)에 무위 도식하는 여행자인 시마무라가 게이샤 고마코와 순수한 여인(시마무라의 임의적 명명) 요코라는 두 여인에게 동시에 연민과 사랑(?)에 빠져들며 겪는 변화들을 그린 소설로서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자와 직업으로 많은 사람들을 마주해야하는 게이샤의 만남은 유한하기에 더 열정적이고 그래서 더 허무하고 순수한 감정을 내포하며 삶을 영위해가는 일련의 인간 군상들의 애처러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강직한 삶의 이야기들이다.


시마무라는 고마코에게 죽어가는 약혼자 유키오가 있었고 고마코는 그를 위해 게이샤가 되었음을 알게 되었으며 그녀의 헛수고가 더 순수하게 느껴진다. 유키오에게는 새 애인이자 살뜰히 그를 챙기는 요코가 있었고 요코는 아픈 그를 엄마처럼 챙기며 그가 죽은 후에도 매일같이 그의 무덤을 오간다. 그리고 시마무라는 그녀의 순수함 또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시마무라가 눈의 지방을 오가며 고마코를 만나온지 3년이 지나고 고마코는 끊임없이 열정적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시마무라는 그런 그녀를 보며 헤어질 결심을 하지만 마음이 쓸쓸해진다. 어느날 눈의 고장에 불이난다. 시마무라와 고마코는 불이나는 창고를 향해 눈밭을 달려간다. 그러나 그들은 눈밭을 통과하면서 은하수를 발견하게 되고 시마무라는 대자연의 무한함과 광활함을 느끼며 자신의 한계를 깨고자 한다. 그는 인간의 나약함을 떨쳐버리고 대자연의 일부가 되고자 하는 갈망을 느끼게 된다.


한편, 고마코는 시마무라가 은하수를 향해 빨려들 것 같은 모습을 보며 자신이 혼자 쓸쓸한 설원에 혼자 남겨질 것을 직감한다. 시마무라는 대자연속에 일부가 되기를 꿈꾸고 있지만 고마코는 유한한 삶과 현실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설원을 달려 불이 난 창고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 불구경하는 인파속에 섞이게 되고 갑작스럽게 요코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고마코는 비명을 지르며 요코에게 달려가고 시마무라는 불구경하는 사람들에게 밀려 고마코와 멀어져 가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이 소설 설국은 인간의 삶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주인공 시마무라는 유한한 삶의 허무함을 깨닫고 모든 것과 거리를 두고 있으나 결국 인간 사이의 감정과 관계가 비정하고 차가운 측면을 보여주는 점도 있지만 그 세계의 한계가 있음을 알기에 더욱 소중한 사랑과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것이리라 생각해 본다. (1937년 발표, 1948년 여러 차례 수정 작업을 거쳐 완결본 출간, 일본 최고의 서정소설)


작가소개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일본 문학사에 찬연히 빛나는 수많은 명작을 남긴 근 현대 일본 문학에서 오늘날까지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을 쓴 작가로 소개되곤 한다.


중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하여 신동으로 불렸으나 가와바타의 관심은 예술쪽이라 학교 성적은 형편없었다. 그의 작문 실력은 전 학생 88명 가운데 86등이었다. 바둑을 좋아한 그는 명인전의 기보까지 쓸 정도의 최 상급의 바둑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초기에는 왕조 문학이나 불교 경전의 영향을 받아 허무한 슬픔과 서정성이 넘치는 작품을 많이 썼고 1945년 4월에 일본 해군보도반 반원(소좌 대우)의 자격으로 가지마 전쟁터까지 따라가 가미카제를 취재하기도 했다.


이후 비현실적인 미의 세계를 구축하는 방향 전환해 “설국”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설국”은 가와바타의 미 의식이 절정을 이루는 작품으로 문학성이 인정되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1968년 10월 일본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상 위원회의 수상평은 “일본인 심정의 본질을 그린, 몹시 섬세한 표현에 의한 서술의 탁월함”이었다고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3년 뒤인 1972년 4월 16일 가나가와현 즈시시의 맨션 <즈시 마리나>의 자택 작업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사인은 가스에 의한 자살로 향년 73세였다. 사망 당시 그의 사인은 자살로 보도되었고 이것이 통설이 되었지만 당시 가와바타의 사망 전, 후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자살이 아닌 사고사가 아니냐는 견해가 제기된 바 있다.


소설의 배경

가와바타의 문학 세계는 다양한 요소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첫째, 개인적인 삶 즉, 유년기의 반복된 사별 경험과 고독, 첫사랑의 실패 등은 그의 작품에 깊은 허무와 상실감, 여성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부여했다. (어린시절 부모를 잃고 열다섯살 때 십 년간 함께 살던 조부마저 별세하면서 허무와 고독, 죽음에 대한 집착은 평생 그의 작품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둘째, 서구 문학과 예술의 영향 즉, 초기 신감각파 시절에는 유럽의 모더니즘(미래파, 표현주의 등)의 영향을 받았으나 후기로 갈수록 일본 전통으로 회귀하며 서구 문학이 일본 근대 문학에 미친 영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셋째, 가와바타가 추구하고자 하는 탐미주의 즉, 일본 전통 미학과 패전 후 “일본의 슬픔속으로 돌아갈 뿐”이라고 선언하며 관조적이고 냉담한 태도는 이러한 반 탐미주의의 양면성을 드러낸다.


따라서 가와바타는 단순히 전통 미학을 계승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근대적 주체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그 안에 내재된 긴장과 모순까지도 작품속에 담아낸 것이다.


-  위 글은 임건우님께서 발제, 작가 소개, 소설의 배경까지 해석한 내용입니다.


[11월 책익는 마을 정기모임]

○ 일시 : 2025년 11월 14일(금) 오후 7시

○ 장소 : 두가지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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